코리아 에세이: MEDical - ESSAY

코피에 대한 단상(斷想) - 코리아이비인후과 [삼성 라이온즈파크 스페셜]

강동훈 0 4131 1

 

 

 

 

#1. 

이틀 전 코피가 자주 나신다 하여 코에 바르는 연고를 처방받으셨던 환자분이 코피를 흘리며 진료실에 들어오십니다. 

   

- 또 터졌는데, 안 멈춰요. 

   

내시경으로 출혈 부위를 확인 후 바로 전기소작기를 준비시킵니다. 

   

전형적인 전방 코피, 코 점막에서 돌출되어 또렷하게 보이는 동맥 줄기와 박동하며 뿜어져 나오는 미세한 핏줄기. 

 

 

 

- 원장님, 준비되었습니다. 

   

전기소작기가 준비되었고 바로 지혈 시술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한 번의 "치직"으로 지혈이 잘 되었습니다. 

 

 

 

 

- 됐어요? 

- 네. 

- 벌써?

- 네.

- 내일 거제도로 놀러 가는데, 괜찮겠죠?

- 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가 드리는 코연고 바르시고 과음하시거나 지나치게 무리하지만 마세요. 

- 놀러 가는데 어떻게 과음을 안 하고 무리를 안 해요? 

- 하하...네....그렇네요

- 그런데 그렇게 해도 또 코피 나면? 

- 괜찮을 거예요.

- 괜찮을까요?

- 네, 그럴 거예요.

- 정말? 

- 네

- 진짜로?

- ........

 

몇 번을 확인 후에야 자리를 뜨신 환자분은 진료실 문을 나서면서 콧노래를 부릅니다. 들어올 때와 나갈 때의 모습이 저렇게 다를 수가! 하고 생각하게 되네요. 부디 여행 잘 다녀오시길... 

 

 

 

 

#2

 실제로  #1의 환자분과 같은 - 확실한 출혈 부위와 혈관이 관찰되는 - 케이스는 그리 흔하지는 않지요. 지난달에 대전에서 환자분이 한 분 찾아오셨어요.  2주간의 코피로 고생고생하시다가 수술까지 생각하고 찾아주셨는데, 동대구역에 내리자마자 또 피가 멈췄다고 합니다. 병원에 도착하여 기본적인 검사들을 했지만 코피라는 것이 현재 진행형으로 출혈이 있지 않으면 당장 할만한 처치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 특히 코피 환자분들이 자주 말씀하시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병원에만 오면 코피가 멈춰요.

- 새벽에만 코피가 나요.

- 자다가 코피가 나서 깨요. 근데 또 금방 멈춰요. 

 

 

 

 

후방비출혈이 의심되어 수술을 위해 대구까지 오셨지만, 막상 코피가 나지 않으니 한참을 고민하시다가 결국 수술은 보류하고 좀 더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코피는 정말 환자에게도, 치료하는 의사 입장에서도 참 힘들 때가 많습니다. 

   

국내에서는 코피 치료를 경시하는 풍조가 있어서인지, 세계적 수준과 비교했을 때 많이 뒤처져 있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일례로 ESPAL 이라는 후방비출혈 시술의 경우 벌써 10여 년 전부터 후방 비출혈의 세계적 표준으로 자리를 잡은 반면 국내에서는 여전히 수술에는 소극적인 모습입니다. 이번에 새로 개정된 임상 비과학 텍스트에는 10년이 지난 이제야 ESPAL 에 대해 비교적 자세하게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원인미상의 후방 비출혈이 1~2주 이상 지속된다면 대체로 지혈 수술을 하는 편입니다. 

 

 


 

만성적인 코피의 경우 환자분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아주 심합니다. 그리고 출혈이 수일간 혹은 수주일간 지속되었을 경우 한순간에 빈혈이 악화되어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할 수도 있기에 좀 더 빠른 조치를 취하는 편이지요. 부디 코피의 검사와 치료 모두에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발전이 있어 코피로 고통받으시는 분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게시물은 코리아이비인후과님에 의해 2017-07-12 08:20:25 월간코리아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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