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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코리아 5월호: 이달의 수술 2 - 아메리칸 쎕토플라스티 : 비중격 골절 환자의 비중격 교정술 - 코리아이비인후과

강동훈 원장 0 3113 0

 

 

 

 

 

월간코리아 5월호 - 이달의 수술 2

[아메리칸 쎕토플라스티] : 비중격 골절 환자의 비중격 교정술

 

 

 

 

당신의 생각을 내가 알 턱이 없습니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오후의 나른함을 즐기며 꾸벅꾸벅 졸면서 책장을 넘기고 있던 때에 의국 선배로부터 연락이 옵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선배 절친의 아들이 비중격 교정술과 비염수술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잘 부탁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가 보다 하다가 흠칫 불길한 기운이 온몸을 훑습니다

 

아차, 뭔가 불길해!


 

 오래전부터 코 수술로 대구에서는 명성을 쌓아오신 선배인데, 그리고 지금도 현역 못지않은 열정과 테크닉으로 수술을 좋아하시는 분이, 왜 본인이 직접 수술을 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내기 힘듭니다. VIP 신드롬? 하지만 친한 친구의 아들이라면 얘기가 좀 다르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제 친한 친구인 김봉규를 예로 들자면, 그 녀석의 딸이 비염수술을 위해 나를 찾아왔다면, 저는 기꺼이 해줄 수 있을 것 같군요. 지극히 개인적인 상황 적용으로 VIP 신드롬은 아닐 거라 결론 내립니다. 아니면 새로 개원한 병원이 많이 바쁘신 건가? 이제는 수술을 서서히 줄이고 계신 건가? 하고 이런저런 이유들을 생각해보지만 제가 선배의 의중을 알아낼 방도는 없어 보입니다

 

 

음, 모르겠어.정말


   오후 3시쯤에 건실한 느낌의 젊은 청년이 진료실에 들어옵니다. 흰색 스웨터에 단정한 청바지 차림 그리고 한 손에는 CT 영상이 담긴 CD를 들고 있습니다. 미국 시민권을 가진 선배 절친의 아드님은 이렇게 제 환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CT를 보면서 그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인사는 해야지?

 

 

 

 

 

 

미스터 리는 시간이 없다.

 Mr. Lee의 부비동 CT 

 

 

 

 

 


 

 

오 마이 갓







한 달 전에 미국에서 미국인에게 안면을 가격 당했다고 합니다. 미국이니까 미국인에게 맞았겠지라고 당연한 소리를 한다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차라리 한국인에게 맞았다면 상황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하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미국인에게 주먹으로 맞은 좌측 안면은 함몰되어있고 코는 좌측 코뼈 골절로 살짝 틀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얼굴로 해맑게 웃고 있습니다. 이분은...
   
“수술 받을려고 한국에 왔어요. 아시다시피 미국은 수술비가 심하게 비싸서요. 3주 뒤에 다시 미국으로 가야 합니다. 그전에 지금 코막힘을 해결했으면 한데.. 지금 양쪽 코가 다 막혀서 너무 힘듭니다. 비염약은 계속 먹고 있지만 시원하지가 않고요. 나머지 얼굴 부분은 나중에 또 여유가 되면 수술을 해야겠죠.그런데 코막힘이 너무 심해서 이제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예요.”
 
  해맑은 미소만큼 목소리도 청량했지만 내심 기대했던 교포의 한국어 발음이나 억양을 들을 수 없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대체로 서울 사투리가 아닌 표준어를 구사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좌측 안면이 살짝 내려앉았음에도 잘생겨 보이는 얼굴로 시원한 미소를 연신 보여줍니다. 미국 교포에 대한 저의 선입견 때문일까요. 군대 문제가 불거지기 전의 유승준 씨가 얼핏 떠오릅니다. 처음 그의 이미지는 얼마나 건실하고 선했던가요. 하지만 환자분의 패밀리 네임은 이씨입니다.
   

CT 사진을 돌려 보면서 선배가 미스터 리를 나에게 보낸 이유를 유추해봅니다.

 
1. 미스터 리는 코막힘을 바로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비염 수술이 필요하다.

2. 전국에서 내피판 마이트 비염수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그리고 그 수술을 국소마취로 진행할 수 있는 곳도 우리 병원뿐이다. (홍보성이 짙지만 과장은 없습니다.)
 
3. 내피판 마이트 비염수술을 해야 하는 이유는 3주 안에 딱지가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주파 비염수술을 했을 경우 운이 없으면 두 달 넘게 딱지가 생겨 지속적인 코 드레싱이 필요할 수 있다.미국의 진료비는 어마어마하게 비싸기에 한국에서 최대한 치료를 종결해야 한다.
 
4. 비중격 수술을 하는 중에 미스터 리의 코가 내려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4가지의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그중에서도 4번의 이유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을까 하고 짐작해봅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수술 후 합병증 특히 콧등쪽이 내려앉는 안장코가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개인병원의 선생님들이 수술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고 아마도 대부분 대학 병원을 추천할 것입니다. 하지만 미스터 리는 국내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고, 지금 대학 병원을 간다면 수술 대기 시한만 한 달이 걸릴 수 있으니 그래서 이리로 보냈겠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선배님, 여러 가지 이유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수술 후에 당신의 코는 무너질 수 있습니다.

   
  비초석(keystone area)이라는 부분은 콧등에서 연골과 코뼈,비중격뼈가 함께 만나 융합되어 있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의 지지가 깨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콧대의 중앙 부분이 내려앉게 됩니다. CT 상에서 명징한 비중격 골절이 하필이면 사골수직판(perpendicular plate of ethmoid bone) 상방에서 관찰되고 있습니다. 비초석 부위가 매우 약해져있을 수 있다는 단서입니다. 비중격 수술의 여러 가지 합병증들을 설명드리고 난 뒤 수술 후에 당신의 코는 무너질 수 있습니다.”라고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비중격 교정술 동의서에는 비초석이 무너지는 합병증은 적혀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무너질 수 있다고 얘기했지만 미스터 리는 대수롭지 않게 그렇구나 합니다. 그렇게 해서 내일 수술을 진행하기로 합니다.

 

 

 

 

 

 

 

아메리칸 쎕토플라스티

 
  드릴을 이용한 비염 수술은 아직 대학에 몸담고 있을 때 한번 경험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를 기억하면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아주 애를 먹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한 번의 경험 덕일까요? 아무렇지 않게 드릴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다행히 전위된 골절 부위는 드릴로 아주 깨끗하게 해결이 되었습니다. 환자분의 코막힘도 해결이 되었죠.

 


다만 출국 전날 외래에 와서 보니 아직 딱지가 일부 남아있어서 좀 신경 쓰이긴 했지만 저 정도 크기라면 코 세척으로 잘 해결될 거야라고 위안을 삼아 봅니다. 만일 큰 딱지가 코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별수 없이 값비싼 미국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하겠죠. 그건 그냥 안타까운 일일뿐입니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가 접근성이나 비용, 질적인 면 등에서 나쁘지 않아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한국의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는 비싸지 않습니다.

 

 

 

 

 

 

 

수술 직 후에 제 수술기록지에는 수술명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1. septoplasty (비중격 교정술)
2. medial flap MAIT both (내피판 마이트 비염 수술)
3. bone shaving.... (드릴로 뼈를 깎는 시술)
 
 
 미스터 리의 출국 전날, 마지막 외래에서 리를 진료 하고 난 뒤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 드릴을 사용하는 비염수술을 아메리칸 쎕토플라스티라고 명명하자. 내 평생에 이 수술명을 수술기록지에 몇 번이나 쓸지 알 수 없지만, 미스터 리가 아메리칸 쎕토플라스티 수술을 받은 마지막 환자가 될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수술명을 정하자고 결심했습니다.아직도 미국 하면 람보, 코만도의 육중한 근육과 그들이 애용하던 로켓포와 바주카포가 머리에 떠오르는 촌스러운 아재여서 그런지 비교적 소소한 수술인 비염수술에 드릴을 쓰니 그들의 전투 장면이 머리 속에 떠올랐습니다.

얼마나 유치한지 제 딸도 비웃을 일이지만 우선은 그렇게 하기로 하고 수술 기록지와 전자 차트에는 “American Septoplasty(미국인의 비중격 교정술)" 기록을 해두었습니다. 나중에 최원장이 보고 이건 대체 뭐요?” 할지도 모르니 생각날 때 한번 얘기해두어야겠네요.

 

 



 



 

 

 




OPERATION BY 강동훈
VIDEO & PHOTO EDITION BY 강동훈
PHOTO BY   박병성

emoticon : 다음카카오톡: 쿠마군과 미니네코
MUSIC : GREAT MUSICIAN,  HENILIOS "I PROMISE"
THIS VIDEO WAS MADE ONLY FOR EDUCATION
THERE'S NO COMMERTIAL PURPOSE AT ALL
 
SPECIAL THANKS TO MR.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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