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리포트 - 월간코리아

코리아이비인후과 [3호선 신남역 프로젝트] 박 작가와의 대화

강동훈 원장 0 2025 0

 


    

5월의 주제는 신남역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출근 때마다 혹은 수술이 끝나고 3층 진료실로 내려가는 길에 계단 유리를 통해서 신남역을 보고 있으면 저렇게 거대한 구조물을 어쩜 저렇게 못나게 설계했을까, 저 신남역 역사는 미적인 희생이 큰 만큼 정말 기가 막히게 에너지 효율이 높은 역사일 거야라는 생각을 늘 해오던 참이었습니다. 저런 못난 역사에 가려져 있는 우리 병원의 운명도 참 안쓰럽다는 생각도 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직자가 죄를 증오하는 것처럼 미적 가치를 증오하는 건축가가 설계한 게 아니라면 신남역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이 어딘가에 존재하지 않을까 하고, 3월의 봄날에 근거없는 작은 희망이 솟아났습니다. 그래서 그 눈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찾아 보고자 5월의 주제를 "신남역"으로 정하고 박 작가와 함께 사진 작업을 했지요. 그리고 사진을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각도에서는 꽤 아름답다는 것을 말이죠. 박 작가의 시선은 이전에 미처 보지 못했던, 신남역의 디자인이 아닌 공간적인 의미를 깨우치게 해주었어요. 그리고 그 안에서 신남역 역사에 가려진 저희 병원이, 그래, 그렇게 나쁘지 않잖아,라고 결론짓게 해주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박 작가님.

 

강원장 :이번 신남역 프로젝트에 기꺼이 응해주신 박 작가님을 모시고 짧게 얘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박작가 : 안녕하세요. 박포토, 박병성입니다.



강원장 : 개인 병원에서 병원이 아니라 지하철을 찍어달라는 의뢰를 받고 조금은 황당하셨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박작가 : 강원장을 잘 아니까, 그러려니 했습니다.



     
강원장 : 사진 작업하시면서 신남역 역사, 주변에 미적인 부분이 있었다고 보시는지요?



     
박작가 :  3호선 신남역 역사는, 주변의 풍경과 조화가 잘 되어있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앙분리대 역할을 하는 철로와 큰 교각, 그 위를 달리는 전철, 그리고 아래에 있는 자동차들의 모습은 관점에 따라서 제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봅니다.  
 군데군데 낡고 오래된 집과 건물들, 그리고 그 사이에 들어선 신식의 빌딩들과 대비되는 배치는 꽤 생경한 풍경이기도 해서 언제 시간이 허락한다면 골목 구석구석을 다녀보고 싶은 마음도 생기더군요.
     
     


강원장 : 저는 생각이 좀 다른데, 신남역 역사를 보면 1970년대 SF 만화에서 나올법한 우주전함 따위가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디자인적으로는 참혹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작가 : (웃음) 그런 참혹한 디자인을 굳이 사진에 담아 달라고 하신 이유는 뭘까요?
     


강원장 : 당신의 능력을 한계치까지 밀어붙여 보려는 심산? (웃음) 그런 면에서 사진 촬영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이번 작업하시면서 힘들었던 점은 뭐가 있을까요?
     


박작가 :  전철 간 운행 간격이 길어서 원하는 그림이 나올 때까지, 저로서는 꽤나 큰 인내심이 필요했습니다. 좋은 구도를 정한 뒤 배경이 되는 하늘의 구름까지 마음에 드는 바로 그 순간, 주인공인 3호선 열차는 절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주인공이 등장하면 배경은 구름이 해를 가리면서 컴컴해지곤 했죠. 철로 아래의 자동차들을 사진에 함께 담아내려는 시도도 했지만 엇갈린 타이밍 덕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남기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강원장 : 저한테는 구차한 변명으로 들리는군요. 더 노력하세요. (웃음)
     

 
    

박작가 : 가장 난감했던 것은 강원장이 사진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느낌을 담았으면 좋겠다고 했을때죠. 결국 본인이 포토샵을 이용해  렌즈 플레어(Lens flare) 효과를 써서 이것이 신카이 마코토의 느낌이야라고 할 때는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사실 속으로 저건 좀 과하지 않은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웃음)



강원장 : (안색이 변함)  사실 어떤 현상, 물질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이란 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어서, 제가 무리한 요구를 한 측면이 없잖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느낌을 담은 렌즈 플레어 효과의 결과물들을 저는 대체로 만족합니다. (땀 흘림)



박작가: (여유 있게 웃음) 다음 서문시장 프로젝트 때는 더 나은 사진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웃음)
     
     


강원장 : 작가님이 생각하는 베스트 사진을 설명해주세요.

 


 박작가 : 이 사진은 다가오는 전철과 반대로 향하는 자동차 행렬의 대비가 인상적입니다. 안전유리 덕분에 사진촬영하기가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안전요원의 눈치까지 보느라 나름 어렵게 담아낸 사진입니다.

 
 
 
 

박작가 : ‘탈 것’에 대한 패러다임을 생각하게 만드는 사진입니다. 딱 한 번 일본 여행을 떠난 적이 있습니다. 시모노세키라는 지역에 갔었는데 항구 주변의 거의 모든 빌딩들이 육교로 연결되어 있어서 차들이 다니는 길과 사람이 다니는 길이 거의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었죠. 경이로움을 느꼈었습니다. 마치 교통사고 발생률을 0%로 만들어버리고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이 사진을 보면 그곳의 풍경이 떠오릅니다.

박작가 : 대구 남산 4 동 우체국과 신남역이 마치 친구 같습니다. 역을 찍으려 하면 곁의 우체국이 특유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습니다. 안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잘 어울리는 친구, 또는 동료 같습니다.
     
     
 
     
강원장: 강원장과의 첫 콜라보인데, 어땠나요?



 
박작가 : ‘결국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의 일들이 더욱 기대되는군요. (웃음, 영혼 없는.)




강원장: 수고하셨습니다.^^ (웃음, 영혼 없는.)

0 Comments
Category
State
  • 현재 접속자 8 명
  • 오늘 방문자 870 명
  • 어제 방문자 999 명
  • 전체 방문자 1,360,407 명
  • 전체 게시물 12,675 개
  • 전체 댓글수 8,254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