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리포트 - 월간코리아

세 번째 편도수술 그리고 환자를 믿는다는 것에 대하여.

강동훈 원장 1 4031 0

 

 

 

History

홈페이지에 올라온 상담글(작성자 동의하에 올립니다.)

 

저희 병원은 대부분의 수술 상담이 카톡으로  이뤄지고 있는데요, 작년 12월, 정말 오랜만에 홈페이지 상담 게시판에 글이 올라왔습니다.  현재 편도결석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계시다는 내용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편도결석으로 편도 부분 절제술을 받았다.그런데 이후에도 증상이 지속되어 편도 전절제술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증상이 남아있다.노란 고름 같은 게 나온다.이물감도 있고 가끔씩 생선 비린내도 난다.그런데 여러 개인병원, 심지어 모 대학병원까지 가봐도 다 괜찮다고 한다.대인관계까지 문제가 생기고 있다. 도와달라.     

며칠 지나지 않아 환자분이 병원을 방문하셨습니다

 
 
 
ENDOSCOPY
양쪽 편도수술 부위는 육안으로 봐도, 내시경으로 봐도 깨끗했습니다.  환자분이 편도 전절제술을 했다고 하셨지만 혹시 부분절제술만 두 번 한 게 아닐까 하고 추측을 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봐도 편도 전절제술을 한 상태였습니다환자분은 계속 하소연을 하셨습니다.

-제 피 같은 20대의 시간이 이 편도 문제로 엉망진창이 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다들 편도는 잘 제거돼서 없고 임파선 같은 것만 남아있다고 하시는데,  전 정말 힘듭니다. 

경남쪽에 거주하시는 환자분은 전국에서 유명하다는 이비인후과를 수소문하며 다녔었고, 대학병원 몇곳에서도 진료를 받았다고 합니다.하지만 매번 비슷한 답변들만 돌아왔다고 하는군요. 얘기를 계속 들으면서 환자분의 차트 첫 머리에 제가 이렇게 적었습니다.

R/O Neurotic Symptom
신경증적인 증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이 환자의 증상이  편도 결석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심리적 문제와 연관성이 깊다고 판단한 것이죠. 다시 돌이켜보니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잘 모르면 환자의 정신적인 문제 혹은 괴질로 치부해버리는 게으르고 오만한 태도가 불쑥불쑥 나올 때가 있습니다이런 무책임한 태도는 날이 갈수록 조금씩 심해지는 듯합니다.이학적 검사, 내시경 검사, 환자와의 심층적인 면담까지 분석하여 내린 객관적이고 정확한 결론이라고 스스로를 설득시키는 모양입니다만, 사실은 ‘이런 증상은 정말 피곤하네..’라는 생각이 결론 도출에  '꽤'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의심을 해봅니다. 여전히 모자람이 차고 넘치는 한낱 이비인후과 사람 의사임을 다시 한번 자각하고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첫 만남에서 명확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한 채  좀 더 두고 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두 달 후 환자분이 다시 외래를 방문했습니다.

- 처방해주신 소염제를 다 복용했지만 큰 차도를 못 느꼈습니다. 어제도 입안에서 구취와 노란 분비물 같은 게 나왔어요. 

 
이제야 눈에 들어오는 환자분의 눈빛은 그야말로 진지했습니다. 경험적 판단과 객관적 분석 따위는 일단 제쳐두고 그저 환자를 믿어보기로 했습니다그렇게 환자를 믿는 순간, 해야 할 일은 분명해졌지요. 환자분을 괴롭히는 남아있는 편도 조직과 결석 주머니가 어딘가에는 있을 테니 전신마취하에서 탐색술 exploration을 해보는 것이었습니다환자분은 기꺼이 수술에 동의하셨습니다.
 
 
 
 
OPERATION :  수술
탐색술과 편도 재-절제술 
EXPLORATION + REVISION TONSILLECTOMY BOTH  

수술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오른쪽 편도와 tonsil fossa 아래쪽에 숨어있던 결석 주머니에서는 진득한 치즈 같은 덩어리들이 쉴 새 없이 분출되었습니다. 환자의 증상은 절대 환자의 심리적인 문제가 아닌 것이었죠.  앞서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들이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왜 제대로 절제를 못했을까? 제 입장에서는 그분들의 수술 후 결과가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찾아가 물어보지 못할 바, 일단 신경 끄기로 했습니다
POSTOP : 술 후 1개월
"​환자와 마주 보고 있으면서 나의 무지를 인정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낯선 상황, 미지의 것들을 마주했을 때, 특히 그 상황을 해결해야만 하는 책임이 주어졌다면 무지가 일으키는 불안으로 화가 치밀고 당황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케이스는 처음 접했으니(세 번째 편도수술이라니..) 저 역시 속으로는 많이 혼란스러웠을 테죠그런 혼란 속에서도 현자의 돌을 가진 간달프처럼 흔들리지 않고 신중하게  그리고 사려 깊게 환자의 아픔을 충분히 안아줄 수 있는 그런 결정을 내렸어야 했지만, 어리석게도 원인을 신경증 쪽으로 몰았습니다. 그러면 사실 저는 참 편합니다. 재고의 여지없이 땅땅땅~ 결론을 내리면 이제 이건 제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 그리고 환자는 또 전국을 돌며 다른 병원들을 찾아다니겠죠. 그건 "나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대놓고 변명하기에는, 다행히 아직은 제가 "의""사"인 모양입니다. 왜냐하면 수술을 하는 내내 얼마나 낯이 화끈거리던지요. (부끄러워서 땀도 났습니다.) 
수술 후 한 달 뒤 환자분이 방문하셨습니다. 다행히도 출혈은 없었고 상처는 잘 낫고 있었습니다. 집이 대구가 아닌 관계로 오랜만에 오셨죠. 증상은 이전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약간의 불편함은 있다고 하더군요. 3번째 수술이니 염증도 더 심할 테고 일단은 6개월~1년 정도는 기다려 봐야 될 것입니다. 어쨌든 참으로 고생 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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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장문리 2018.06.2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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